사랑스러운것들이 내일도 살아주었으면 하는 이기심
-키즈모노가타리 비평 에세이-
바케모노가타리는 “괴물 이야기”로 번역되는 니시오 이신 작가의 라이트 노벨입니다. 이 괴물 이야기를 시작으로 니시오 이신 작가는 “~모노가타리”로 끝나는 시리즈물을 여러 차례 만들어 내고, 이것들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으로 많은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졌습니다. 바케모노가타리의 제목에는 “바케모노(괴물)“과 “모노가타리(이야기)”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져있습니다. 먼저 “모노가타리(이야기)”는 “무언가를 이야기하다”의 명사형입니다. 고전의 용례들을 살펴보면 신들이나 영웅들이 활약하는 신화에서부터 장편의 이야기, 일상의 종잡을 수 없는 잡담과 세간의 이야기, 남녀가 사이좋게 주고받는 대화에 이르기까지 하는 넓은 범위를 아우릅니다.
니시오 이신의 ”모노가타리“ 시리즈 이전에도 ”모노가타리“를 제목으로 차용한 작품들은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소설이며 세계 최초의 소설 매체로 여겨지는 겐지모노가타리가 있습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히카루 겐지”라는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당대의 정치적 갈등과 시대 변화 속에서 ”히카루 겐지“는 다양한 여자들과 만나며 느슨하게 관계를 가집니다, 최초의 하렘물의 공식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바케모노가타리 앞의 ”바케모노(괴물)“은 일찍이 질병과 역병이 많았던 일본의 재난들을 이야기로 다스려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허구의 존재들입니다. 근대 서양의학 보급 전엔 치료할 수 없는 역병은 초자연적인 재앙 혹은 악령이나 귀신의 소행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다르게 생긴 기괴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사람처럼 분장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퇴치 가능한 존재이며, 에도시대에는 괴물을 물리치고 나서 더 이상 인간세계에 위협을 끼치지 않을 거라는 맹세의 어음을 작성해 괴물을 무력화 시켰습니다.괴물들은 힘이 사라지면 노인의 형태가 되거나 사라지는 둥 더이상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니시오 이신의 “바케모노가타리”는 제목 속에서부터 이러한 일본의 오래된 대중문화의 공식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바케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첫 단추가 되는 이야기인 “키즈모노가타리”에 대해서 이를 대입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라라기 코요미(이하 아라라기)“라는 주인공에게는 겐지모노가타리의 하렘물적 공식을 넣어 동급생 “하네카와 츠바사(이하 하네카와)”과 흡혈귀인 ”키스샷 아스라리온 하트언더블레이드(이하 키스샷)” 과 엮이게 합니다.
흡혈귀인 ”키스샷“은 인간의 불로불사의 염원을 그린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이지만 흡혈귀라서 인간을 먹어야 하는 존재로 인간과 대치되는 괴물입니다.
이러한 클리셰로 만들어진 인물들을 통해 키즈모노가타리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지점은 인간과 대치되는 ”흡혈귀“ 를 퇴치하는것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괴물“과 ”인간“ 사이의 관리자 역할인 오시노 메메라는 인물을 등장시켜서 현세계의 ”질서“를 맞추기 위해 ”공평“을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퇴행한 흡혈귀는 아라라기와 만나게 되고, 아라라기는 힘이 없는 흡혈귀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민하고 이끌려 자신의 목숨을 내주며 같은 흡혈귀가 됩니다. 흡혈귀가 된 아라라기는 퇴행한 키스샷의 힘을 찾아주는 조력자로 힘을 쓰며 인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약속을 합니다. 키스샷은 아라라기의 조력으로 회복하며 어린아이 모습, 청소년기의 모습, 성인의 모습을 띄면서 빠른 시간에 퇴화와 성장을 보여주며 사랑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흡혈귀는 사람을 먹는 인간세계와 대치되는 존재라는 것을 아라라기는 키스샷의 힘이 완전히 회복된 후 깨닫게됩니다. 그럼에도 아라라기는 키스샷을 죽이면서 인간이 되는 선택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키스샷과 공생하는 방향을 택합니다.“ 키스샷은 흡혈귀가 아닌 이름도 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아라라기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인간은 두 괴물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괴물과 인간 사이의 관리자 오시노 메메가 한 중재로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는 제안입니다.
이 제안은 이러한 내용과도 같게 들립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조차 무력해 나와 다른 타인을 구할 수 없지만, 현재의 좋은 것들도 나쁜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게 되겠지만, 그저 지금은 사랑스러운 것들이 자신의 곁에서 함께 하기를 혹은 나보다 더 오래 살아주기를 하는 이기심에 서로 응답하고, 의존하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의 불안감을 내재한 채로 묵묵히 살아간다.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에서 태어나는 가장 근원적인 사랑과 불안, 그것을 일본 가장 오래된 대중문화의 공식에서 부터 통합해 보이는 시도는 사랑을 잃고자 하지 않는 시도로 느껴지게됩니다.
-OK-
2025-05-19